시(詩)/시(詩)
조수일 - 유월의 망초
누렁이 황소
2022. 3. 26. 19:16
나는 유월이 낳은 바람 붉은 젖가슴이면 어디든 날아들지요 젖멍울 비집고 꽃으로
피지요 흔하디흔해 쉽사리 눈에 띄나 마음의 점선 밖으로 금세 밀려나고 마는 한 철
짧은 노래이지요 말갛게 아침을 씻기는 이슬이 유일한 치장 빨갛고 노란 화려한 유
색인종의 교태는 언제나 나를 앞지르는 선구자들 이어 수줍게 흔들리거나 건들리는
것이 내 몸이 부리는 유일한 수식이지요 몸에 길을 내려 수 세기의 푸른 허밍의 바람
은 나를 들쑤셔요 터벅터벅 물결을 새기며 걷는 한량한 낙타의 걸음새가 어쩌면 나인
지도 몰라요 짝을 이루며 노을 진 덤불 속으로 드는 날짐승들의 천진은 언제나 황홀히
꿈꾸는 먼 지점이기도 할까요 들판 가득 한 무리를 이루며 세기를 앓듯, 시절을 앓듯
불어오는 방향에 몸 맡긴 채 흔들림을 먹고사는 닿을 수 없는 망중한처럼,
당신의 들판 가득 희게 피겠습니다
(그림 : 백중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