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권옥희 - 동백아가씨

누렁이 황소 2022. 3. 17. 10:20

 

봄비에 젖은 동백꽃이 온몸을 꺾는다

세상과 단절하는 그 소리가 너무나 애절해

떨어진 자리에서 동백은 다시 꽃으로 핀다

 

얼마나 울었을까?

눈물 닦아내는 수많은 날들을

빨갛게 멍든 그리움들을

무엇으로 잠재웠을까?

여기가 내 자리라며

약속의 자리를 꿰차고 나온 것들

울긋불긋한 꽃이며

여릿여릿한 풀이며

무성한 소문을 목에 걸고 귀를 여는 봄날

 

동백아가씨를 좋아하던

우리 엄마만 봄의 자리를 비웠다

붉은 동백 꽃길을 적시며

눈물 많은 엄마가 그렁그렁

봄비로 울고 있다.

(그림 : 김한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