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배한봉

배한봉 - 통영의 봄은 맛있다

누렁이 황소 2022. 3. 9. 12:15

 

 참 달다 이 봄맛, 앓던 젖몸살 풀듯 곤곤한 냄새 배인, 통영

여객선터미널 앞 서호시장 식당 골목, 다닥다닥 붙은 상점들

사이, 우리처럼 알음알음 찾아온 객이, 열 개 남짓한 식탁을

다 차지한, 자그마한 밥집 분소식당에서 뜨거운 김 솟는, 국물

이 끝내준다는 도다리쑥국을 먹는다 나눌 분 자 웃음 소 자,

웃음 나눠준다는 이 집 옥호가 도다리쑥국 맛만큼이나 시원하

다고 웃음 짓는 문재 형 앞 빈자리에 젊은 부부 한 쌍이 앉는

다 자리 생길 때마다 누구나 스스럼없이 동석하는 분소식당

풍경이 쌀뜨물에 된장 풀어넣는 국물 맛 같다 탕탕 잘라넣은

도다리가, 살큼 익은 쑥의 향을 따라 혀끝에서 녹는

 통영의 봄맛, 생기로 차오르는, 연꽃처럼 떠 있는 통영 앞바

다 섬들이 신열에 달뜬 몸을 풀며 바다 틈새 어딘가 숨어 있던

봄빛을 무장무장 항구로 풀어내고 있다 어어, 이것 봐라 내 가

슴에도 툭툭 산수유 꽃이 피는가 보다 따듯해진 온몸 가득 파

랑처럼 출렁이는, 참 맛있다 통영의 봄.

(그림 : 이봉관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