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지현 - 솟대

누렁이 황소 2022. 3. 6. 13:50

 

한눈에 봐도 아셨을 거에요

왜 여기에 이렇게 서 있는지

 

목 쭈욱 빼고

몸은 장대처럼 길게 늘이고

얼굴은 늘 한 곳만 바라보고 있지요

 

언제나 오실까요

오기는 오실까요

 

지나가는 바람이 말합니다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 오기는 올 거에요

 

날아가던 새들이 속삭입니다

멀리서 그가 오는 걸 봤어요

 

꼬챙이처럼 말라가는 나를 딱하게 여긴 동네 사람들이

나를 동네 어귀에 데려다 놓습니다

 

높이 솟아 더 잘 기다리라고

오실 그대 제일 먼저 마중하라고

(그림 : 장천일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