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강미정 - 보름달이 뜬 봄밤

누렁이 황소 2022. 2. 20. 16:01

 

이런 말을 했더란다
우리가 일생을 사는 동안
보름달이 뜬 날을 몇 번 만나게 될까
그 보름달이 뜬 날
하필이면 꽃이 만발한 날은 또 몇 번이나 될까
보름달이 떴고 봄날이고 꽃이 피고 있어,
그 봄날을 맞이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어?
당신이 물었더란다
우리가 일생을 사는 일 년 동안
봄의 계절은 한 번이고
보름달이 뜰 확률은 어쩌면 두 번,
그리고 그 밤을 온전히 우리 것으로 맞이할 날이 온다면 
불을 끕니다 나는 대답했더란다
달빛 아래서 한 올의 인위도 없이 나를 드러내놓고
보름달을 읽을 거야 길고 고요하게
당신이 말했더란다
보름달이 떴고 봄날이고 꽃이 피고 있어,
불을 끄고 꽃이 피는 것을 볼 거야 
내가 말했더란다

(그림 : 이영철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