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송은영 - 막장

누렁이 황소 2022. 2. 20. 14:50

 

온통 검은색 탄가루가 날리는 나날이었다

갱 안엔 컴컴한 가장들이

가족을 위해 일을 하고

일을 하기 위해 하루하루 산다

갈 곳이 없어 여기 왔으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채탄작업

머리에서 발끝까지 가난을 껴입고

밑바닥을 내려다가 포위되어 버렸다

돌구이 삼겹살로 목구멍 먼지를 닦으며

이 막다른 곳에서

서로가 누구인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

헌신을 하면 헌신짝처럼 되리라

현실은 드난살이하는 것과 달랐기에

밥을 먹다가도 잠깐 쉬다가도

사람같이 살고 싶어  살아가고 싶어

그들은 언제 어디서든 

비상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림 : 황재형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