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김수우

김수우 - 종점 다방

누렁이 황소 2022. 2. 17. 10:01

 

한 모퉁이에서 화초가 말라 가고

또 한쪽에는 프라스틱 꽃나무 무성하다

날마다 틀어놓은 때묻은 노래로

비어 가는 생의 앞뜰

천식환자로 늙어 버린 시계가 가르릉가르릉

흠집 많은 하루를 밀고 가는데

문득, 창 밖은 목련이다

불시에 달려온 듯, 숨찬 그리움, 한순간

바람 안고 뚝뚝 떨어진다

놀라워라 땅에 내려앉는 법

치열해라 미련을 버리는 힘

그 옆에서 나는

앞발가락을 편 채 나자빠졌던

시장통 구석의 생쥐 죽음과 난 상관없음을,

아무 관계도 아님을 중얼거린다

노래에 열중한다 심심하다

지친 비너스 석고상 뒤로 목련이 지는

변두리다방 여기저기 긁힌 탁자 위에서

내 모든, 모든 추억은 고요하다

(그림 : 설종보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