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심인자 - 혼잣말

누렁이 황소 2022. 1. 24. 20:59

 

모습을 감추어도

후회 없을 것 같은 저녁

 

하나둘 등이 켜지고 짧아지는 그림자

먼 허공 파리한 눈썹달

차갑게 흘러간다

 

사위어 가는 것은

그리움의 씨앗이 되고

 

돌아갈 수 없는 길 기억으로 되돌리면

대보름 달집과 함께 사라진

사람들과 그날의 함성

 

가슴에 오래 마른 꽃

한 송이 선사하며

 

어두워진 거리 저편으로 걸어오는 것들에게

풋 물든 일상 내밀고

아직 시간은 유효하다고

(그림 : 장용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