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원하 - 아무리 기다려도 겨울만 온다

누렁이 황소 2022. 1. 6. 12:16

 

복잡한 부분을 긁어보았지만

여전히 복잡해요

 

나중이 되면

볼품 있을 텐데 지금은

마당에 널린

잔가지나 다름없어요

 

여름

가을

잔뜩 공들였는데

 

이게 웬 겨울인가요

 

산뜻한 걸 기대했는데

입 비뚤어진 겨울이라니요

 

엄살에도 쉽게 따뜻해지지 않아요

구석에서 더 구석으로 자릴 옮겨도

차가운 구석뿐이에요

 

삼 년 버틴 겨울이지만

아직 인사 나누는 사이 아니에요

 

남들은 말하죠 소복하게 쌓인

백지 위를 걷고 넘어지는 것이

얼마나 괜찮냐고

 

난 괜찮지 않아요

 

거짓말로는 녹지 않으니까요

(그림 : 안소영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