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병란 - 다정의 호칭
누렁이 황소
2021. 12. 24. 13:27
마주 잡을 때 내 오른손과 당신의 왼손이 하나가 된다
나란히 걸을 때 당신의 오른손은 내 왼손을 쥐고 있다
손을 잡는다는 것은 반대에 귀 기울이는 것
내 오른손과 너의 오른손을 맞잡기 위해서
우리는 불시에 체위를 뒤집거나 때로 엉켜야 할지도 몰라
영원히 마주할 수 없다는 것쯤 염두에 두는 것
바이올렛도 제비꽃처럼
보라의 입장이 되어 금시초문처럼 사랑해야 할 것
불어오는 바람이 어느 뱡향이냐고 묻지 않기
꽃 한 송이에 빙그레 웃음 짓던 누구라도 되어
굳이 손을 잡지 않아도 건너가는 눈빛이 되어
우리는 늘 온기를 견디어왔다
다다르는 방법이 다르듯이
다르다는 것을 알기까지
다다라야 하는 한 걸음에서 우리 넋 놓지 않기
어떤 다정도 한 걸음이었다는 것 잊지 말기
(그림 : 이영철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