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정두리 - 할미꽃

누렁이 황소 2021. 12. 18. 21:35

 

미리 고개 숙이지 마라

그럴 필요가 없다

 

이름조차 할미라니,

그렇게 부르지 않아도

어떤 식으로든

나이티는 나타난다

 

자줏빛 우단으로 꾸민

꽃 속의 방에서 기다리는

네 속내를 알고도 남겠다

 

이제 그만 숙여라

뒤돌아보려고 하지 마라

그런다고 등 돌린 사람

진동 걸음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림 : 강순옥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