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고광헌 - 정읍 장날

누렁이 황소 2021. 12. 13. 17:01

 

아버지, 읍내 나오시면 하굣길 늦은 오후 덕순루 데려가 당신은 보통, 아들은

곱빼기 짜장면 함께 먹습니다 짜장면 먹은 뒤 나란히 오후 6시 7분 출발하는 전

북여객 시외 버스 타고 집에 옵니다

배부른 중학생, 고개 쑥 빼고 검은 학생 모자 꾹 눌러 써봅니다

어머니, 읍내 나오시면 시장통 국숫집 데려가 나는 먹었다며 아들 국수 곱빼기

시켜 줍니다 국수 먹인 뒤 어머니 아들에게 전북여객 타고 가라며 정거장으로

밀어냅니다 당신은 걸어가겠답니다

심술 난 중학생, 돌멩이 툭툭 차며 어머니 뒤따라 집에 옵니다

(그림 : 이혜진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