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태숙 - 낡은 집
누렁이 황소
2021. 12. 10. 17:44
벌판에 집 한 채
반생 고스란히 쌓였을 풍경 얇다
오래 방치된 날들이 비집은 틈새마다 세월의 흔적이 등고선처럼 찍혀있고
유행마저 지나친 형색 더듬으면 함구했던 과거가 잡히기도 하는
그 싸늘한 입자는 얇아지기 직전의 아픔과 방심 이전의 깊은 곳까지
몸피 부풀렸을 것이다
가끔 늦은 귀가가 있는 날이면
무관심에 쩍쩍 갈라진 굳은살 같은 심사를 들여다보는 일은
세월의 가장 바깥으로 내몰린 기억을 데려오는 것이며
벌어진 안쪽으로 저물고 있는 나를 살피는 일이다
밟힐수록 단단해지는 땅에 두 발로 견디어 본 사람은 안다
중력이 때론 얼마나 많은 인내를 요구하는지를
그리하여 오랜 체념을 견디는
그 안은 많은 이야기가 잠겨있어 사방 험난하다
운명을 잇는 생과 사의 정류장이었고
새로운 출발점일 수도 있었던
그곳은
모두가 아는 패잔병의 뒷모습처럼 생존의 위기를 대물림하고 있을 것이다.
(그림 : 김기택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