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정한용 - 까치집
누렁이 황소
2021. 12. 9. 11:40
달포 전 아내가 처음 알을 낳았시유. 새 봄이니께유. 두 내외가 번갈아 스무날 살폈드니
무사히 새끼 나왔지유. 그럼유, 안 이쁜 새깽이가 있간디유. 쬐꼬만 게 으찌나 입이 큰지,
왼종일 벌레 잡아 오는 게 여간 된 게 아니던 거믄유. 막내는 지 차례가 와도 형들한테 다
뺏겨 몸이 부실했는데, 큰 놈에게 그러면 안 된다, 단단히 일러도 소용 읎서라우. 태어나 한
달 되야 날개에 제법 힘이 들어가길래, 분가시키기로 했시유. 우리 집은 참나무 꼭대기인데,
건너편 오리나무 좋은 데, 봐 둔 데가 있구먼유. 구청에 가서 신축공사 신고를 할랬더니, 축
하헌다고, 그런 거 안해도 된다고, 애들이나 잘 건사허시라고 허데유.
요새 듣자니 저 아래 원숭이네 동네는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든디, 뭔 날린 줄 모
르것시유. 거겐 가족 수보다 집이 훨 많다든디! 모다 한 채씩만 차지하면 될 거인디, 참말로
희한허네유. 하모 새파란 아가들까정 지 사는 델 헬조선이라고 부른다니, 기가 멕히네유. 청년
들은 돈 벌어 집 못 산다고, 몽땅 복권이나 주식으로, 요즘은 가상화폐로 나댕긴다고 그러데유.
우리 동넨 아즉 널널헌디, 같이 살어두 될 거인디, 오라믄 올까 몰러. 요 앞 까치 복덕방 영감도
나서서 도와줄 거인디. 나두 솔가지나 참나무 삭정이 물어오는데 손이라도 보탤 틴디. 그나저
나 오늘은 우리 아덜내 집 짓느라 좀 바쁠 것 같어유.
(그림 : 이문영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