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이화은

이화은 - 치자꽃이 피었다

누렁이 황소 2021. 12. 7. 20:47

 

무릎이 깨졌을 때도

사랑이 깨졌을 때도

어머니의 처방은 한결같았다

 

한숨 푹 자거라

 

한숨 푹 자는 동안 거짓말처럼

무릎도 사랑도 아물었다

 

잠 밖에서 어머니는

수은 방울 같은 내 눈물을 쓸어 모아

어디다 감추셨는지

 

한숨 푹 자고 나면

눈물은 말라 있고 사랑이 아문 자리에

치자꽃이 피어있었다

 

어머니가 달랜

모든 상처는 순결했다

 

맑은 시간이

치자꽃의 꽃말을 우려내고 있다

(그림 : 윤명희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