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전숙 - 꿈을 팔아 욕심을 샀네

누렁이 황소 2021. 12. 6. 15:35

 

언제부터인가 꿈을 말하면

욕심을 내려놓으라고 위로를 받네

나이를 먹는 것은

꿈을 팔아 욕심을 사는 것

눈물의 빛깔은 여전히 푸른데

꽃을 보고 심장이 뛰면

부정맥이 아닐까 걱정을 하네

쓸쓸한 바람은 창문을 흔들고

무릎이 시큰한 달은

고갯마루에 걸려 숨을 헐떡이네

손을 내밀어도 아무도 다가오지 않을 때

꿈을 팔아 욕심을 샀네

등 떠밀려 꿈을 팔아먹은 욕심쟁이가 되었네

변명도 없이 속옷은 흘러내리고

잔주름 출렁이는 눈가에

주름주름 욕심만 떠돌아

꿈은 그렇게

좌판에 놓인 한물간 갈치처럼

썩어버린 내장을 소금 한 바가지에 감추고

본전도 안 되는 헐값에 팔려갔네.

(그림 : 이기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