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정선희 - 개망초 안부
누렁이 황소
2021. 12. 6. 15:25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철쭉 화단에 삐죽 고개 내밀고 있다
풀밭에 있어도 뽑혀 나가기 십상인데
철쭉도 웃자란 것들은 잘려 나가는 판국에
겁도 없이 피어 있다
무식하면 용감하단 말도 있고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고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꽃이 질 때까지만이라도 제발,
나도 한때 저리 목을 치켜세우다가
싹둑 잘리고 말았다
붉어지고 싶어 붉은 옷을 입고
큰 소리로 웃고 싶어 웃다가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피박만 면하는 것도 괜찮은 삶이란 것을
날갯죽지는 함부로 구겨서 갈비뼈 속에 묻기로 했다
한 번 꺾여본 사람은 안다
바람이 불면 들썩이는 것을 자주 안으로 밀어 넣었다
얼마나 여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루아침이 다르게
꽃대가 키를 키우고 있다
너는 이미 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그림 : 한부철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