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정태중 - 구절초

누렁이 황소 2021. 11. 29. 12:14

 

풀 무성한 폐가에

분홍 꽃잎이 피어 있다

 

나이테 마른 마루에

옹이 박혀 있고

 

꽃잎들도 바람의 외출 길에서

사람의 소리 들었을 테고

 

이슬 품은 가을 햇살에

젖은 얼굴 말려주었을 텐데

 

낡은 사진 속 얼굴

꽃이 되지 못하고

 

구구절절한 속내

넉넉한 날

 

시렁에 걸어 둔 몸빼

거기 구시렁구시렁 피어있는 꽃.

시렁 : 마루나 방에 긴 나무 두 개를 박아 그릇이나 물건을 올려놓는 것

(그림 : 손돈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