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신은숙 - 문막 가자
누렁이 황소
2021. 11. 6. 19:26
흐르는 강물을 막을 수 있을까
그 이름 문막(文幕), 어디쯤 섬강 한 줄기
무작정 흘러가다 눌러앉은 곳
서울은 멀고 원주는 갑갑하여
문막 어디엔가 새는 마음 틀어막고
세월의 결을 매만지며 살 수 있다면
문막 하고 부르면 적막이 슬며시 다가와 손 내밀고
문막 가자 하면 가슴속 페달 밟아 자전거 바퀴가 먼저 달려가는데
문막에선 접힌 근심이 펴지고
서쪽 하늘 물드는 노을은 도(道)를 넘는 사랑이어도 좋으리
폐사지 둔덕에 핀 개망초처럼 흔들리고 흔들리다가
흐르는 생각을 막을 수 있을까
하늘과 땅, 강과 둑 경계에서 저쪽을 보면 이승도 저승 같아
더 이상 길을 물을 수도 무를 수도 없을 때
오일장처럼 쓸쓸해져 문득 찾아가는 문막
시장 추어탕 한 그릇에 마음이 풀어지고
꽃나무 하나 사서 돌아설 때
내게도 화들짝 놀라는 문장 하나 자라나서
1막부터 새로 써 나가는 글의 집
그 안에 오래 꽃필 수 있다면
문막(文幕) :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유일한 읍이다.
읍을 관통하여 흐르는 섬강(蟾江)의 물을 막는다라고 해서 '물막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을 음차하여 문막(文幕)이라고 하였다.
원주시와 여주시를 잇는 길목에 해당하며 섬강을 따라 영동고속도로와 42번 국도, 섬강이 읍의 동서를 지나며
강원도에서 두 번째로 넓다는 문막평야가 펼쳐져 있다.
(그림 : 안기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