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현승 - 불운의 달인
누렁이 황소
2021. 10. 23. 14:03
나는 무례한 사람들의 특징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부끄러움이 많고 사무적이며
세상에는 뭔가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확신이 있다.
어떤 급한 일 도 덜 중요한 일로 만드는 능력을
신은 왜 그들에게 주었는지 의문이다.
그들은 늑장 피우지 않지만 서두르지도 않는데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2월이 짧은 것이 달력 기술자의 문제가 아니듯
마음을 급하게 먹는다고 해가 빨리 가는 것도 아니며
슬슬 얼굴색이 삭힌 홍어처럼 되어가는 사람 앞에서라면
그들은 한 호흡으로 더 멀리 잠수하는 사람처럼 굴지만
다음 기회란 항상 꽝 뒤에 오는 것이라서
운 나쁜 사람은 철로에서 튄 돌멩이에 눈을 맞은 사람이며
벼랑 말고는 다음이 없어 참기 힘든 사람이다.
우리는 성공이 약속한 대로 찾아오지는 않아도
파산에는 일정한 절차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불운한 사람들에게 모자라는 것은 인내심이며
참으로 다급한 쪽은 언제나 불운한 사람들이겠지만
예의 없는 사람에게 예의바름이란 또다른 무례라서
불운의 달인들은 무식과 고성이 달변보다 빠르다는 것을 안다.
신 또한 그것을 알고 있다.
(그림 : 남일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