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최삼용 - 나는 칸나다
누렁이 황소
2021. 10. 16. 09:15
앙팡진 다홍 꽃잎에
꽃불 활활 태우려
높은 키로 전이된 검붉은 혈류
아리따운 여름날의 기억을
처서가 오기 전 망각당해도
도도한 화색은 발화되지 못한 반항같은 것
갈바람에 꽃부리 창백해 지고
저 도발적인 빨강색이 무너지더라도
소녀야! 더는 그 꽃 앞에서 서러워 마라
여름이 마르기 전 낙조가 각혈한 붉은 피로
하늘도 혈서를 쓰는데
나! 이 순간만은 이대로
꺼진 불로 당당히 서 있을란다
(그림 : 김성란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