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전영숙 - 물의 뿌리

누렁이 황소 2021. 10. 11. 10:09

 

물에 부레옥잠을 심었다

뿌리가 환하게 보였다

몇 잎의 푸른 그늘도 비쳤다

맑고 투명한 근심이 들고

평평하던 표면에

높이와 깊이가 생겼다

딸려온 개구리밥 물달팽이 함께 자라고

꽃과 잎이 피고 졌다

살림 냄새가 났다

내 안에 당신을 들인 때처럼

다른 물이 되었다

부드럽고 둥글고 단단한

공기주머니를 달고

여러 갈래 뿌리를 내리는 물

이제 함부로 흔들리지 않겠다

(그림 : 허정금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