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윤용선 - 떠도는 대합실

누렁이 황소 2021. 10. 2. 17:21

 

딱히 어디로 갈지 모르는 채

오늘도 헤매고 있는 맨발들이

정작 가슴 저리고 목이 말라

다급할 때면

꼭 이리로 와서들 동동거립니다

다들 기다리는 눈은

언제쯤 내릴지 기미가 없는데

자꾸 시곌 들여다보며 주억거립니다

이제까지 세상에 내린 눈은

희고, 차갑다는 것 밖엔

달리 확인된 게 없습니다

그래서 또 무얼 어찌해야 할지

그저 웅성거리기나 하다가

빈손으로 돌아서야 하는 맨발들이

이제 회전문 안에 잠깐 갇혔다가

또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집니다

그 헛헛하고 휑한 뒷모습이

오늘따라 더 추워 보입니다

(그림 : 박성완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