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맹문재 - 광부 1

누렁이 황소 2021. 9. 19. 15:47

 

예전에 땅에 묻힌 할아버지보다

더 이전에 땅에 묻힌 조상님네보다

더 깊은 땅속에 내가 있음은

살아가기 위해서지

죽기 위한 연습이 아니다

 

달아날 곳도 없는 비좁은 지하 막장

죽음의 신은 저 어둠 뒤에 숨어

언제라도 불쑥 튀어나와

 

내 목을 조를 기회를 엿보지만

 

내게도

날이 선 도끼, 날카로운 곡괭이

수많은 산을 잘라먹은

톱 한 자루 있으니 두렵지 않아

 

언젠가 한 번은 죽을 목숨이라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지

아직은!

돌아가야 해 지금은

 

따뜻한 아랫목에 밥 묻어 놓고

기도 소리 나지막이 날 기다리는

그 창가 불빛 환한 나의 집으로

(그림 : 박진수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