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윤환 - 야근일지

누렁이 황소 2021. 9. 16. 10:21

 

 

서럽기로 따지자면

배고픔 이상은 없것재

허지만 말이여 요건 형제조차도 멀어지는 서러움이여

뉘 딱 부러지게 잘난 놈 있어

오밤중에 별 보고 나발 불지 몰라도

처먹기도 바쁘게 살아온 우리는

이 밥풀이 더 서러운 것이여

달이라도 창가에 걸릴 때면

무슨 속이 그리 뒤숭숭한지

그나마 콩나물도 넘어가들 않어

늘 떠나 있던 자리에 태엽처럼 되감겨 와

까짓 이런 정부미쯤이야 몇 분이면 해치우겠지만

이런 밥 이런 어둠 이런 설움이

우리를 우리로부터 더 멀게 하는지도 몰러

그렁께 마음은 고향 아랫목에 있고

껍데기만 갈잎처럼 떠도는 게 아니것어

모를 일이 아닐 것이여

내가 이렇듯 오밤중에 콩나물 배를 채워야

참말로 배가 부를 일인지

그려, 배부를 일이 아니라면

이 서러움만은 야식처럼 소화되어선

안 될 일이여

함께 일어나 돌아보면

밥은 우리 몫으로 따로 있을 것이니

그냥 먹지 않을 일이여

(그림 : 심우채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