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허형만

허형만 - 가벼운 빗방울

누렁이 황소 2021. 9. 16. 09:50

 

빗방울이 무겁다면 저렇게 매달릴 수 없지

가벼워야 무거움을 뿌리치고

무거움 속내의 처절함도 훌훌 털고

저렇게 매달릴 수 있지

나뭇가지에 매달리고 나뭇잎에 매달리고

그래도 매달릴 곳 없으면 허공에라도 매달리지

이 몸도 수만 리 마음 밖에서

터지는 우렛소리에 매달렸으므로

앉아서 매달리고 서서 매달리고

무거운 무게만큼 쉴 수 없었던 한 생애가 아득하지

빗방울이 무겁다면 저렇게 문장이 될 수 없지

그래서 빗방울은 아득히 사무치는 문장이지

(그림 : 김기택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