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신용 - 시래기

누렁이 황소 2021. 9. 14. 12:41

 

시래기는

몸의 물기가 마를수록

서걱임이 날카로워진다

날이 선다

마침내 뼈만 앙상한 고행상(苦行像)을 닮아간다

 

그 시래기를 된장국으로 끓이면

고향 흙벽 같은 눈빛으로 풀어진다

 

한때, 시래기를 쓰레기로 발음했던 내 영혼이 베인다

 

그 남루가, 더 아프다

(그림 : 백용준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