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마경덕

마경덕 - 폐가

누렁이 황소 2021. 8. 13. 09:44

 

부스스 머리를 풀어헤친

집이 운다

빗물 고인 장독을 들여다보고

 

앞마당 잡초 더미

봉숭아 한 그루 붉게 터졌다

조랑조랑 꽃을 달고

어리둥절 서 있다

 

바람 한 점에

퍽, 바지랑대 쓰러지고

놀란 집이 퍼뜩

한쪽 발을 쳐든다

 

사타구니 뵈는 집

더는 숨길 게 없다고 주머니를 뒤집어 탈탈 턴다

 

누가 알맹이를 빼먹고 껍질만 남겼을까

(그림 : 전성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