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분필 - 파도의 유희

누렁이 황소 2021. 8. 12. 15:12

 

높게 쌓은 돌담이 무너진다 무너진 벽을

다시 하얗게 쌓아올린다

 

한 생(生)의 리듬을 끌어당겼다가 밀어내고

허물어지면 다시 일어나

 

늘어진 날개를 팽팽하게 끌어 모아

정점에 올라 내동댕이치고

세상 뭐 별건가 껄껄껄 한바탕 웃어제끼는

 

통쾌한 저 웃음소리는 차가운 피를 들끓게 하고

뜨거운 피는 차갑게 식혀주지

 

짙은 안개에 휘감겨도 함박웃음 만발하는 저

얼굴에서는 언제나 흰빛이 솟지

 

발끝까지 뛰어올라

참았던 슬픔을 분출하는 은빛폭소

 

웃으면 슬픔을 잊을 수 있지

잊기 위해 파도는 웃고 또 웃지

 

진정한 도약은 딱 거기까지만, 우르르

쏟아지면 쏟아져 유유히 새 길을 열어가는

 

파도의 유희

다시 시작하면 언제나 시작인

(그림 : 공성훈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