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최동은 - 아마 화요일이었을 거야

누렁이 황소 2021. 8. 10. 13:20

 

언제 바뀌었을까
오십 킬로 도로를 육십 킬로로 달렸지
신나게 달려보지도 못하고 7만 원 딱지를 떼었어

목련나무 아래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나, 그때
웃다가 손 흔들고 돌아섰나
오후의 먹구름은 어디쯤 흘러갔을까
아마 목련꽃은 다 졌을 거야

못보고 지나친 표지판처럼
기다릴 사람 없는 그런 사람처럼, 우두커니
해마다 목련나무는 꽃이 피고
우리 다음엔 어디 가서 살까 혼잣말을 하고

새들은 날개를 버리고 공중을 날고
화요일은 반짝반짝 냄비를 닦던 어느 하루였을 거야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던 사람은
잠깐 눈 감은 사이 여름 언덕으로 사라지고

바람은 육십 킬로 표지판을 세게 흔들고
떨어진 꽃잎은 시꺼먼 발자국이 되고
질척질척 흙길이 되고

(그림 : 이운갑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