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김선우

김선우 - 돌담에 흥건한 절규같이

누렁이 황소 2021. 8. 10. 13:08

 

돌담 아래

그득한 절규

 

고요히

고요한 것처럼

견디고 있다

 

구르고 싶은데, 구르며 닳고 싶은데, 세상의 다른 모서리

와 면들을 경험하고 싶은데, 생의 증거를 만들고 싶은데

 

자꾸 욱여넣는다

대체 무엇을 지키려고 이렇게 높이 이렇게도 견고히

 

질서정연하게 짜인 담장 속에

미쳐가는 돌들이 유독 많은 여기

(그림 : 신종식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