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영천 -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누렁이 황소 2021. 8. 5. 13:21

 

나이를 먹는다는 것

별거 아닙니다

 

세상에서 조금씩 내가 잊혀지고

 

찾는 이 하나 둘, 없어져도

괜찮아지는 것입니다

 

노여움도 쉽게 스러지고

미움도 상관치 않게 되는 것입니다

웬만한 일은 미소로 대신하는 것입니다

 

바람이 불어와도,

혹한이 지나가도

만만하게 견딜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별 거 아닙니다

 

엉뚱한 곳에서 문득

잃어버린 나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눈물이나 웃음이 한 가지로

조금씩 조금씩

외로움의 본체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그림 : 임웅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