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표영인 - 인연

누렁이 황소 2021. 8. 1. 18:51

 

어머니는

당신의 양말에 구멍이 나면

얼핏 보아도 좀체 어울리지 않는 색깔인데도

기워놓고 보면 멋져 보일 것이라며

진작 버렸어야 했을 치마에서

조그만 조각 하나를 잘라내 기우셨다.

그러시면서 늘 웃으시었다.

어머니는

남편과의 인연이 구멍이 날 때마다

양말을 버리지 못하던 그 까닭으로

진작 버렸어야 했을 운명 한 조각을 도려내

모자이크처럼 멋지게 기우셨다.

그러시면서 늘 행복하셨다.

(그림 : 림용순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