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고성만 - 안개 속에서

누렁이 황소 2021. 8. 1. 16:13

 

부지런히 걸어 강변에 갑니다

귀가 차갑습니다 자 이제,

이런 질문을 해 볼까요

개개비들은 갈대숲에서 무사히 부화했는지

강물은 언제 바다에 닿는지

 

발밑 개미집을 밟지 않으려 조심하는 나날

새들은 청청 하늘을 날기 위해

울음조차 비운다는데

물고기는 파도 속이라야 마음을 놓는다는데

 

오늘은 쾌청할 것이므로

새로운 결심을 내세울 필요가 없습니다

축축이 젖은 나무들 사이

물기 적신 마을이 아름답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입니까

왔던 길 되돌아 계속 걸어갑니다

물결이 바람에 밀려

저절로

흘러가듯이

 

뼈를 깎는 기분으로,

당신을 잘 모르겠다고 중얼거립니다

(그림 : 이신애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