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강지혜 - 납월무청
누렁이 황소
2021. 8. 1. 16:06
추녀 밑에 매달린 풍경이네요
납월에 쓸쓸히 겨울바람을 맞고 있는
금방이라도 부서져 버릴 얼굴
흙먼지 이는 바람도 온전히 당신의 몫이라고
온갖 서러움을 안으로 안으로 삼키다
벗겨내지 못한 삶의 때로 묵은 냄새만 납니다
자식은 어머니 가슴에서 젖내를 맡고 떠나가는 바람
풍경 안에 머물다 가는 한 줌 바람이겠지요
시래기 눈 속에 들어차는 흙 알갱이로
서걱서걱, 아직도 그 묵은 속을 새까맣게 파먹고 있는
이 철없는 자식을 겨우내 기다리며
찬 바람의 끝자락에서 해지고 바랜 이파리
거죽만 남은 저 마른 시울
사방에선 연신 나를 부르는 소리
바람결에 섧히 울려 옵니다
저기, 어머니가 꽃눈을 감은 채
쇤 머리칼을 흩날리며
처마 끝에서 손 흔드시네요
납월 : 음력 섣달
(그림 : 백용준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