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언 - 언제 한번 보자
누렁이 황소
2021. 7. 16. 11:57
삼월에는 사월이 되어 가는 사람. 사월에는 오월이 되어
가는 사람. 그러다가 유월을 맞이해서는 칠월까지 기다리
는 사람. 팔월까지 내다보는 사람. 구월에도 시월에도 아직
오지 않은 십일월에도 매번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사람. 우
리가 언제 만날까? 이걸 기약하느라 한 해를 다 보내고서
도 아직 남아 있는 한 달이 길다. 몹시도 길고 약속이 많
다. 우리가 언제 만날까? 기다리는 사람은 계속 기다리고
지나가는 사람은 계속 지나간다. 해 넘어가기 전에 보자던
그 말을 해 넘어가고 나서 다시 본다. 날 따뜻해지면 보자
고 한다.
(그림 : 서성국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