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강경호 - 생각

누렁이 황소 2021. 7. 10. 11:16

 

나무들이 그냥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줄 알았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열매가 익는 줄 알았습니다

 

새소리가

울음소리인지 노랫소리인지

알아보게 된

지천명에 이르렀을 때에야

 

나무들이 무슨 생각이 있어

잎을 틔우고

노란 색이건 붉은 색이건

꽃을 피워 올리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지를 동쪽으로건 서쪽으로건 뻗어

길을 내는 것도 알았습니다

손을 들어 무엇인가를 가리키는 것도

눈치 챘습니다

 

봄날, 아무도 없는 땅 속에서

나무는 무슨 생각이 있어

손가락을 가리키며

우주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림 : 임환재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