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송태한 - 나비잠

누렁이 황소 2021. 7. 9. 10:15

 

기다란 더듬이 가늘게 떨며

나비는 떠날 듯 머물 듯 지표 끝에 부채 같은 두 날개 모은다

노을 바람 함초롬 이슬 머금고

해를 비켜 어둠 돌아 건너가는

생과 사 부화의 굴레 산란하는 빛살에 기대어 날개 말린다

가슴속 조롱에 잠들지 않는

의문부호를 기르며 사는 삶

제철 방초마다 생소하고 아찔하기만 하다

갸우뚱한 기울기로 들여다보는

겹눈의 아침, 제 몸집 몇 배 은빛 날개 팔랑팔랑 비추어 보지만

도무지 잡히지 않는 꿈의 언저리

맴돈다 해종일 기웃거린다

화분(花粉)에 묻어나는 아득한 환영

꽃무릇 이파리에 기대어 꿈속으로

손끝에 닿지 않는 인연의 고리 거슬러

본 적 없으나 내내 애틋한

잊혀졌으나 눈앞에 선한

풍경 따라 귀환하는 주문을 왼다

(그림 : 공기평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