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하석 - 영춘화(迎春化)

누렁이 황소 2021. 6. 28. 12:52

 

그러니까 봄은 공공적이어서

누구에게나 느닷없이 기습처럼, 사치로

나누어진다네

 

그렇게, 골목에 내놓은 화분이 먼저 피어내지만,

 

여늬 꽃처럼 오만하지 못해서

땅에 닿을 듯 기면서

겨우 얼굴을 쳐드는 것이네

 

향촌동 이름에 걸맞게 향기 바라 키웠다고

그렇게 봄이 오면 좋았으리라고

근대 문화의 거리가 되면서 오르는 전세 값 감당 못해 더 후미진 동네로 이사 가는

할머니가 또 되돌아보네

 

이삿짐에서 떼 내어 화분을 골목에 놓고 가는 건

동네 사람들에 대한 기약 인사일까?

다른 꽃들보다 먼저 봄을 피우고 마는 꽃이라서

그런 기쁨도 슬픔도 이젠 감당 못한다며

자꾸 뒤돌아보네

(그림 : 황두순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