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송종규 - 의자

누렁이 황소 2021. 6. 28. 10:43

 

아주 잠시 다섯 시에 머물다가 흘러가는 손처럼

 

빨간 사과가 허공에 획을 그으며 실려 나간다

 

당신이란 결국 한 컷의 허구였던 것

당신이란 결국 한 생애의 불편하고 낡은 의자였던 것

 

손뼉을 치거나 머리핀을 꽂을 때마다 자욱하던 빛들의

막무가내를

한 날의 어느 페이지에도 끼워 넣을 수 없는 캄캄한 생

의 안팎

 

아주 잠시 여섯 시에 머물다가 사라지는 어깨처럼

 

유리창을 구기며 물의 발굽들이 흘러내린다

(그림 : 김태권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