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섬 - 바다, 지문

누렁이 황소 2021. 6. 24. 14:24

 

밀물 썰물로 성글게 다져진 격포항 모래밭에서

내 구역이라고 내 터전이라고

획을 그어 눌러쓴 바다의 지문을 보았다

모래펄에 사방연속무늬로

상형문자처럼 갑골문자처럼

파도가 건네 준 기호,

어지럽게 그어진 내 삶의 회로가 거기 있었다

기쁨과 슬픔이 얽히고설킨 손가락 지문

어느 무인도 보물섬의 비밀문서일까

수평선을 휘돌아온 해일이 건네준 선물인지도 몰라

닳고 닳은 내 손가락 지문을 맞춰본다

 

파도의 등고선이 달려와

물너울 꽃을 활짝 피운다.

 

그도 역시 닮은꼴이다

(그림 : 윤금순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