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형준 - 옛집으로 가는 꿈

누렁이 황소 2021. 6. 17. 15:18

 

소 잔등에 올라탄 소년이

뿔을 잡고 꾸벅꾸벅 졸고 있다.

땅거미 지는

들녘.

소가 머리를 한번 흔들어

소년을 깨우려 한다.

수숫대 끝에 매달린 소 울음소리

어둠이 꽉 찬 들녘이 맑다.

마을에 들어서면

소년이 사는 옴팍집은

불빛이 깊다.

소는 소년의 숨결에 따라

별들이 뜨고 지는 계절로 들어선다.

(그림 : 이혜민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