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최창균 - 꽃이 필 동안

누렁이 황소 2021. 6. 17. 14:50

 

꽃이 필 동안의 나는

꽃이 필 동안 바라다보았어요

짐짓 서러운 잠으로 도망치지는 말아요

멀뚱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용서의 눈이 크게 떠지고

아픈 곳에 모가지를 졸라맨 올가미가 스르르 풀리는

이 그리움의 거리를

올빼미 부엉이의 부리부리한 눈빛으로 헝클지 말아요

오랫동안 아픈 곳에 모가지를 걸고

그러다 눈처럼 내리는 모든 것의 용서를 묻고

화사하게 흠집이라도 비춰보고 다녀간

한 가계의 올망졸망한 얼굴들이

아직은 일러

아직은 일러 하듯이

아주 더디게 걸어나오는

이 멀미 나는 거리를

꽃이 필 동안

꽃 필 동안만 바라보아주었어요

(그림 : 안기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