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조현광 - 꽃잎이 지던 자리

누렁이 황소 2021. 6. 16. 11:26

 

벚나무 아래 졸고 있는

빈 의자에 앉아

꿀벌이 잉잉거리는 꽃잎을 보며

너를 추억한다

 

둘이 앉아 깍지 끼던 자리

지는 꽃잎들이 허공을 맴돌다

빈 자리로 떨어지며 바람에 날린다

 

꽃잎 편지 주고받던 시절

저 꽃잎보다 많은 말 다 하지 못한 채

가슴만 물들이던 눈부신 봄날도

바람에 불려가 버렸다

 

깨알같이 써 내려간 곱던 네 글씨 같은

저 꽃잎은 떨어져

빈 의자에 자꾸 내려앉는데

네가 없는 오늘, 그 때

꽃잎이 지던 자리에 앉아

너의 속눈썹 같은 낮달을 바라본다

(그림 : 장용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