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정대구 - 연탄장수의 웃음

누렁이 황소 2021. 6. 11. 16:04

 

바람부는 날 아침
우리집 골목에 연탄을 배달하는
연탄장수의 이가 더욱 시리다


연탄은 부서져서
옷은 헤지고 얼굴은 까맣지만
웬일로 연탄장수는 자꾸 웃는 것일까
연탄장수는 나를 보고 활짝 웃는다


눈물 감춘 청결한 웃음
아침 저녁 만나는 그의 웃음이
추운 이 마을의 황소 가난을
겨우 연탄 한 장으로 녹여 낸다


새끼줄의 연탄을
두 장 혹은 세 장씩 꿰어들고
오늘도 매달린 산번지를 오르내리는
유난이 시린 그의 흰 이를 생각하면
나는 외상으로 산
그의 연탄값을 때어먹을 수가 없다


그의 두손에 매달린 연탄같이
올망졸망 매달린 그의 자식들을 벌어먹이고
속살이 눈빛같이 흰 그의 아내를 뜨겁게 녹여주고
안아줘야 할
연탄장수의 눈물겨운 웃음
나는 외면 할 수 가 없다


몸은 고되고 살림이 어렵지만
눈물 비친 단단한 웃음
바람부는 날 아침 만나는 그의
흰 이가 더욱 시리다

(그림 : 황재형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