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이병초

이병초 - 운동화

누렁이 황소 2021. 6. 6. 20:34

 

운동화 끈 매려고 가시내 허리가 접힐 때면

내 눈이 절로 시었다

 

교련복 윗도리를 깔개 삼은 갯버들 속에서 인절미 구워먹으며

끈 풀린 감청색 운동화에 눈길이 쏠리곤 했다 끈을 매라고 말할 수 없었다

콩고물 묻은 검지에 이슬 매달아 내 입술을 축여주던 가시내 얼굴이 더 가까웠다

 

버들잎 같던 가시내 발에 새 운동화 한 켤레 못 신기고

많은 날들이 해를 등졌다

(그림 : 신창대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