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성룡 - 풀잎

누렁이 황소 2021. 6. 5. 10:49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속에서는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그러나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하고 자주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마음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돼버리거든요.

(그림 : 안기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