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인육 - 통속에서 배우다2
누렁이 황소
2021. 5. 24. 16:23
첫사랑은 무조건 아프다
잘살고 있으면...배가 아프고
못살고 있으면...가슴이 아프고
같이 살자고 하면...머리가 아프다!
고속도로 휴게소
환장할 아랫배를 틀어쥐고 끙끙대다가
공중 화장실 벽에 적힌 낙서를 읽는다
히야~, 명언이다
웃음꽃이 팝콘처럼 터진다
그렇군, 첫사랑이란 어차피 아플 수밖에 없는 것!
끄응, 진땀을 쏟으며
내 안 깊숙이 똬리 틀고 있던
지독한 뱀 한 마리를 밖으로 몰아낸다
순간, 거짓말처럼 통증의 먹구름이 걷힌다
세상이 환해진다
정말이지 이제 아프지 않다
은미야, 잘 살아라!
(그림 : 이성태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