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조선의 - 맨드라미

누렁이 황소 2021. 5. 16. 17:15

 

왜 저토록 붉어야 하는가

우람한 어깨를 툭 치고 올려다보면

찻잔 속 침묵처럼 옹알옹알 앉히는 그리움

언제나 눈물보다 앞서

적막의 뒤란으로 치솟는 화두(火頭)

머리에 쓴 땡볕 탓인지

때 되자 서슴없이

가슴의 조바심 깨워

가을 초입에 말없이 들어선다

돌아보니 잠깐인 세상

칙칙한 울음도 다 퍼내지 못한

저 절정의 시절이 우리 생애에 몇 번이나 있었을까

(그림 : 최홍녀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