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혜련 - 익선동 골목에서
누렁이 황소
2021. 5. 4. 09:22
기운 햇살이 좁은 골목길로 기어들면
서로 어깨를 밀며 촘촘히 서 있는 낡은 기와집들
돌쩌귀는 시름처럼 매달려 있고
조금씩 내려앉는 기둥 관절들 악착같이 버티면서
크고 작은 가게들이 젊어지고 싶어 치장하고 나선다
나는 어슬렁거리는 바람과 팔짱 끼고
젊은이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어디론가 구부러져 앞이 안 보이는 골목을 맴돈다
낡고도 새로운 은유
하지만 시간을 비껴가는 생은 없으리
발걸음은 앞으로 가는데 뒷걸음치는 마음
불빛들이 뜨거워진다
모퉁이 도넛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재즈도 뜨거워진다
가게들도 연신 뜨거운 음악을 갈아 끼운다
젊은이들 사이로 젊은 시간들이 지나간다
내게도 가장 젊은 시간이 지나간다
익선동(益善洞)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1.2.3.4가동의 중앙에 위치한 법정동이다.
북쪽으로 운니동, 남쪽으로 돈의동, 서쪽으로 낙원동, 동쪽으로 와룡동과 묘동과 접한다.
인근에 삼일대로와 돈화문로, 지하철 종로3가역이 있어 교통이 편리하며,
관내에 종로1·2·3·4가동 주민센터와 우리소리 도서관 등의 시설이 있다.
2020년 인구는 1천 명 안팎이다.
익선동은 북촌이나 서촌보다 이른 1930년대에 지어진 한옥마을로 유명하며,
서울특별시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 집단 지구로 남아 있다.
(그림 : 곽석경 화백)